[이슈 인터뷰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홍권표 상근 부회장]
기업 거래 장벽 역할 할 RE100에 한국 기업 참여 없어
도입 방안 마련 피력 이인호 차관 ‘무역 장벽 현실’ 인식한 듯

▲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홍권표 상근 부회장.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마이크로 그리드 전환*산단 중심 프로슈머 육성 방안 절실-

지난 달 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9차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및 이용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관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도 RE100 캠페인 도입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RE(Renewable Energy)100'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구글, 애플, BMW, GM, 아디다스, 월마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중이다.

참여 기업중 많은 기업들은 2020년 또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총 1000개 참여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6월 현재 136곳이 가입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 캠페인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인호 차관의 이번 발언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년 전부터 RE100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홍권표 부회장의 발언이나 기고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홍권표 부회장은 본지를 포함한 다양한 언론 기고 또는 발표를 통해 RE100캠페인이 종국에는 글로벌 무역 규범이 될 것이므로 우리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 및 에너지 관련 행정을 담당했던 홍권표 부회장의 이력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향후 국가 및 기업간 무역이나 거래 관계에서 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권표 부회장을 통해 RE100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필요성과 그 이유를 들어 봤다.

 

▲ 언론 기고나 토론 등을 통해 RE100의 의미와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계신데 RE100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 2014년에 출범한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이케아(IKEA)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다.

제조 단계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인데 종국에는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기업들은 이미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구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전 세계 모든 데이터센터 및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감당할 것이며 총 2.6기가와트(GW)에 달하는 풍력과 태양광 등 녹색 에너지를 구매하고 있다.

구글은 2014년 아이오와주의 풍력 발전소로부터 전력 구매를 시작했고 넥스테라 등 재생에너지 개발사들과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처럼 RE100기업들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자가 발전한 전력을 사용하거나 우리나라의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에 해당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RE100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RE100 기업들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기업 거래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100 캠페인에는 6월 현재 136개 기업들이 참여중이며 이 기업들은 협력 또는 납품 기업에게도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를 사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업체들은 당장 거래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RE100 참여기업인 BMW가 전기자동차 배터리나 타이어 생산 기업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한다면 그것을 충족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데 문제는 그러한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덴마크에서 열린 청정에너지 장관회의에 참석한 이인호 차관이 RE100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되는지.

- RE100에 참여중인 글로벌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136개사이며, 미국이나 EU 기업들은 물론이고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주변국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한 곳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인호 차관이 청정에너지 장관 회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및 이용 확대’ 민-관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도 RE100 캠페인 도입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무역거래 장벽이 되고 있는 국제적인 현실의 무거움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수립해 글로벌 에너지전환 노력에 부응하고 있지만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노력이 더딘 것의 심각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RE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정부의 에너지전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에너지산업융합복합단지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에너지 및 연관 산업의 기반시설 유무와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배후지역,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한 주요 기업‧기관이 위치해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에너지 신산업 융복합단지로 지정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법적 조치를 마련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발전분야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이슈가 무역규제로 현실화 되고 탈바꿈하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비단 RE100이 아니더라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값이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구매패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결국 일정 시기 이후에는 석탄화력으로 생산한 전기는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소비자 선택권이나 국가 무역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의 근거는 무엇인지.

- 지난 해 살충제 계란이 사회문제화 되면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벌였고 대형마트는 진열대에서 해당 제품을 퇴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체에 유해한 제품이 소비자 구매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인데 이는 지구환경에 유해한 이산화탄소를 유발하는 화석연료 사용 제품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유럽지역에서는 이 같은 소비형태가 문화로 정착되어가는 추세이다.

화석연료는 어떠한가?

현재도 소비자들은 친환경에너지 제조물품을 구별해 구매하고, RE100 기업들은 납품규제를 시작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2023년 이후 석탄발전에 대한 탄소세 부과를 예고했고 프랑스는 2021년, 영국은 2025년에 석탄화력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인류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해 왔지만 그 연료들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해 물질을 배출하고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지구환경을 만들고 있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질서이고 파리협정상의 약속이다.

국가나 기업에서 규제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환경에 유해한 제품 사용과 구매를 거부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가장 먼저 소비자 불매 운동과 RE100기업들의 납품 규제에 직면하며 종국에는 탄소세 부과 같은 국가 무역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에너지전환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RE100을 포함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 등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 에너지전환시대에 가장 유효한 무역 정책은 곧 에너지 정책이며 에너지정책이 곧 무역정책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는 전 지구적 상황에서 2030년까지 석탄사용 중단을 선언한 탈석탄 동맹국가들의 다음 행보가 어떤 것이 될지를 감안해 본다면 앞으로의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

먼저 정부에서는 에너지산업 융합복합단지의 지정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가정용이나 상업용 위주에서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은 대불공단 등을 비롯한 산업단지 인근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무역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한전이 주도하는 가운데 생산지에서 소비하는 방식의 마이크로 그리드로의 전환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전환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 이행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한전의 계통수용 한계와 맞물린 지역수용성 즉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형태인 원전, 석탄화력 등 대규모 발전 시스템은 특정 지역에 건설하고 송전망을 통해 중앙급전하는 방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햇빛이나 바람, 물, 지열 처럼 산과 바다, 논과 밭 등에 산재된 ‘각자도생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특성에는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되는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하면 계통수용 한계와 지역수용성을 극복하는 등의 1석 다조의 효과가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마이크로 그리드의 연평균 성장률은 17%로 2025년 시장 규모가 약 17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Grid 2030’ 목적으로 2030년까지 마이크로 그리드 구축 사업에 4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며 유럽은 ‘Grid 4 EU’ 프로젝트를 통해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그리드 실증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국내의 경우는 2012년 1600억 원을 들여 ‘한국형 마이크로 그리드(Korea Micro Energy Grid)’를 시작으로 울릉도, 나주시 등에 마이크로 그리드 실증 과제를 추진했는데 실증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에 확대 적용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시장에도 진출해야 한다.

마이크로 그리드 모델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세계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ICT기술과 태양광*풍력*지열*ESS 등을 일체화 한 재생에너지 원별 융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한 기술적, 잠재적 역량이 있으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한 결과 2018년 현재 12개 분야 기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은 108, 일본은 117, 미국은 130으로 세 나라 모두에 비교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후에도 중국은 113, 일본은 113, 미국은 123으로 일본과 미국에 대한 기술 격차는 줄어들지만, 한국의 비교 열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기사도 있는데 전력분야 마이크로 그리드라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또 다른 대응 방안이 있다면.

- 화석연료중 석탄화력에 대한 R&D 자원은 재생에너지 분야로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화석연료는 모든 글로벌 금융의 투자 기피 대상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첫 번째 퇴출대상이 석탄이다.

정부나 공기업은 에너지 분야 R&D 과제 수행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석탄부문의 탄소포집이나 IGCC는 지양하고,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R&D에 배분해 그 성과를 수출하도록 해야 한다.

산업단지 또는 수출기업 재생에너지 프로슈머 육성정책을 추진해 수출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기준 무역장벽에 대응하고 수출기업과 발전 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무역거래에서 애로를 겪는 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우리나라 지속가능한 무역을 위한 필수적 전제가 되는 것임을 인식하고 각 지역별 재생에너지 설치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무역의 관점에서 본다면 현 정부의 로드맵인 2030년 재생에너지 20%로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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