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되면 사망가능성↑’ CO중독사고, 치사율 75%에 달해
올해 발생한 사고 대부분 연통 이탈이 원인…시설미비 많아
가스안전公, KGS 코드 개정해 보일러 연통체결 규정 강화

▲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가 보일러 연통을 교체하고 있다(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지앤이타임즈 박병인 기자] 지난 겨울은 예년과 달리 무척 추웠다. 매서운 동장군과 함께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찾아왔으니, 바로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김형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건의 가스보일러 CO중독사고가 발생해 9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일산화탄소’라고도 불리는 CO는 LNG, LPG, 석유, 석탄 등 탄소를 기반으로 한 연료에 불완전연소가 발생했을 시 생성되는 기체다.

특히 연탄, 장작 등 고체연료의 경우에는 불완전연소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연탄이 서민들의 주력 난방연료였던 과거에는 빈번하게 발생했던 사고였다.

가스연료가 주력 난방연료가 된 현재에는 CO중독사고 발생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스역시 탄소계통의 연료이기 때문에 가스보일러에서도 미연소가스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실외로 배출해주는 ‘길’ 역할을 하는 연통이 제대로 보일러와 체결돼 있지 않는다면 실내로 유입돼 CO중독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 CO중독사고, 사망사고로 이어질 확률 높아

가스안전공사의 통계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총 12명의 피해자중 9명이나 사망했다는 점이다. 사망률로 계산하면 75%에 이른다.

이처럼 CO중독사고가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CO에 인체가 노출돼도 자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인체가 CO를 흡입하게 되면 산소와 결합해 온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의 기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CO는 산소보다 헤모글로빈과의 체결력이 200~230배 정도 더 높기 때문에 산소와 헤모글로빈의 결합을 방해하고, 대신 CO가 결합하게 된다.

이 같은 작용으로 CO는 체내 산소수치를 떨어뜨리며 인체 내의 각 세포에도 심각한 산소결핍 증상을 초래하게 된다. 이 경우 두통, 현기증, 어지러움, 오심, 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

상황이 더욱 진행되면 인체는 서서히 혼수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다.

CO는 무색, 무취, 무미의 가스이기 때문에 인체의 감각만으로는 누출여부를 감지해내기 어려운 기체인데다 자각능력이 더욱 떨어지는 수면 중에 CO중독사고가 발생할 경우 치사율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CO중독사고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 사고 6건 중 4건 연통 이탈이 원인…안전불감증이 사고 키워

지난 겨울동안 발생했던 6건의 CO중독사고중 4건은 ‘연통 연결 이탈’이 원인이었다.

지난 2월 9일 충남 서산에서 발생한 CO중독사고의 경우에는 상단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으로 추정되는 얼음이 낙하하면서 연통을 강타, 연통과 보일러가 분리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9살, 7살에 불과한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나머지 2건의 경우는 시설불량이 원인이었다. 한 예로 지난 1월 6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가스온수기에서 배출된 CO가 콘크리트벽과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외장재 사이공간으로 유입돼 2명이 부상당했다.

보일러 연통이탈이 사고원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CO중독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보일러 연통의 정확한 설치, 단단한 체결력 유지만이 해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보일러 연통문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도시가스사 관계자에 따르면 검침원들이 매월 정기 가스검침을 실시하면서 보일러의 연통의 절단, 뒤틀림, 휘어짐 등의 물리적인 변형이나 보일러와의 체결력 불량 등을 육안으로 점검한다.

문제는 검침원들이 보일러 연통관련 문제사항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시정권고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시가스사 관계자는 “검침원들이 매월 방문해 연통관련 문제점을 발견해 교체를 권고해도 소비자들이 보일러 연통 문제는 가볍게 생각해 시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들이 새로운 보일러로 교체할 때 연통도 규격에 맞는 것으로 같이 교체해야 하지만, 대충 실리콘이나 테이프로 고정하는 등 ‘날림’으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통을 실리콘이나 테이프 등으로 고정시킬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체결력이 떨어져 외부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쉽게 이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반드시 보일러의 구경에 맞는 연통을 설치하고, 나사 등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보일러를 교체하면 새로운 보일러의 구경에 맞는 연통도 교체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연통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보일러 교체 시 구경에 맞는 연통으로 교체해 CO중독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가스기준위, 보일러 연통 설치기준 강화…CO중독사고 줄어들까

제3기 가스기술기준위(이하 가스기준위)는 지난해 8월 보일러 설치기준 규정 코드인 GC208(주거용 보일러), GC209(상업용 보일러)를 개정한 바 있다.

이번 코드개정은 보일러와 연통사이의 연결방법을 강화해 연통이탈로 인한 CO중독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KGS CODE GC208, 209가 개정됨에 따라 올해 6월 26일부터는 기존에 생산 가능했던 클램프식, 일체형 밴드조임식 연통은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플렌지식, 나사식, 리브식 연통만 생산이 가능해진다.

코드개정을 통해 연통 생상 및 체결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보일러 연통이탈에 의한 CO중독사고율의 감소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가스안전공사는 CO중독사고 TF팀을 만들어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는 CO중독사고는 예방이 불가능한 사고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보일러 연통을 작은 부분이라고 간과 하지 말고, 경각심을 갖고 세심하게 관리하면 인명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올해 일어난 사고들은 대부분 연통이탈에 의한 CO의 실내유입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더욱 기울였다면 예방이 가능했던 안타까운 사고들이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보일러 연통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세심하게 관찰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사전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일러 시공업자들도 마찬가지로 보일러 설치 시 전문가로서 안전의식을 갖고 보일러 연통의 중요성을 소비자들에게 적극 설명해야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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