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안정돼 소비 증가, 세계 정제 설비 투자 스톱’ 호재
中 티팟 원유 수입*증설 제한에 반사이익, KTB증권 이충재 연구원

한 정유사 관계자가 석유 수출을 위해 유조선 제품 입하 작업을 지휘하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국제유가 하락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유사 수출 확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도화설비 등 우리 정유사들이 과감한 설비 투자에 나서는 반면 세계 석유 기업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 여파로 시설 투자 등에 나서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KTB 투자증권 이충재 연구원이 석유공사가 발간하는 주간석유뉴스에 최근 기고한 글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휘발유와 등*경유 수요 증가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유가 하락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석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수출 물량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와 경유 수출 물량은 각각 274만 톤과 638만 톤을 기록했는데 유가 하락 이전인 2014년 1분기와 비교하면 30%와 8% 수준 증가했다.

◇ 석유 순수출국 중국, 영향력 약화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 증대 여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먼저 중국 정부의 석유 설비 규제 강화가 긍정적 요인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5월 5일부터 소위 ‘티팟(Teapot)’으로 불리는 소규모 독립 석유 업체의 원유 수입 신규 쿼터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유 수입이 어려워진 석유 설비 규모 4만 b/d 이하의 티팟 업체들은 설비 가동률 유지를 위해 중국 내에서 중유를 원료로 조달해 석유를 생산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수익성이 높은 석유 생산량은 크게 줄어들고 수익성 하락으로 설비를 예년 수준으로 가동 하기 점점 어려워지게 될 것으로 이충재 연구원은 전망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티팟 업체들의 생산 규제도 강화해 추가 증설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으로 중국 전체 석유 설비의 25~30%에 달하는 티팟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국내 정유사들에게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충재 연구원은 ‘2015년 말부터 중국 티팟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상승하고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중국이 완전한 석유 순수출 국가가 됐고 아시아 역내 정제 마진을 위축시키는 부담 요인이 되어 왔는데 중국 정부의 티팟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는 향후 우리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 美 자동차 연비 개선 규제 완화, 석유수요 증가로 연결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유가도 안정화되면서 석유소비가 증가하는 것도 수출 확대에 긍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OPEC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석유 수요는 지난해에 비해 1.33% 늘어난 9638만 b/d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3.1%와 비교하면 예년 대비 경제 성장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 이충재 연구원의 해석인데 유가 하락 영향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대 인구가 밀집한 중국의 1000명당 차량 보유량이 2010년 58대에서 2016년 140대로 크게 늘어난 것이나 유가 하락 영향 등으로 트럼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자동차 업체에 대한 연비 개선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행 거리당 연료 소비량이 늘어나는 것도 석유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현재처럼 상당기간 안정세를 기록하며 수요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이충재 연구원은 ‘세계 석유 수요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도 매년 100만 b/d 이상 늘어났는데 50달러대인 현재 수준에서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이행 영향 등으로 올해 하반기 유가가 60~70$/b 수준까지 상승한다고 해도 세계 석유 수요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작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지나 상승세에 접어들게 된다면 ‘선수요’에 따른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상승으로 우리나라 석유 제품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분석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년 사이 정제 설비 증설을 주도한 국가들은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뿐이며 특히 2014년 하반기의 국제 유가 하락 이후에는 이들 국가마저 석유 설비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머무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석유 증설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있고 중국에서는 오히려 설비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유럽과 일본은 10년 전부터 노후 설비를 폐쇄하는 것도 우리 정유사들이 수출 증가 반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충재 연구원은 “2014년 하반기 국제 유가 하락 이후 세계 석유 업체들은 유가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와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최대 석유 제품 수출국인 중국은 과거 수 십년 간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강, 석탄 생산 설비에 이어 이제는 석유 설비까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세계 시장에 석유 제품을 공급할 경쟁 국가들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유가 하락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석유 수출 호조세는 향후 수년 동안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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