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김재경 위원, ‘무역적자폭 축소 수단 활용 필요’
정유사 도입선 다원화 +석유公 비축유도 미국산 구매 주문
오일허브에 美 석유사 유치, 상업용 비축*거래 활성화 제안

▲ GS칼텍스가 지난해 말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원유를 수입, 하역하는 장면.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미국산 원유를 전략적으로 수입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무역 수지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우리 정부가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는 동북아 오일허브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제안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부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원유 수출규제 완화가 국내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유사 구매 원유는 물론 공적 영역인 전략 비축유도 전략적으로 미국산 원유로 수입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이자 산유국인 미국은 과거 40년 동안 자국산 석유 수출을 금지해왔는데 셰일오일 개발 붐 등에 힘입어 전격적으로 원유 수출을 허용한 상태다.

2015년 12월 18일, 미국 상하 양원은 2016년 통합세출예산법(Consolidated Appropriations Act, 2016)의 일부로 ‘미국산 원유에 대한 수출규제 해제조항’을 통과시켰고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하면서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확보하게 된 것.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해 이후 본격적으로 자국산 원유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내 원유 개발 확대를 공식 선언해 미국산 원유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 GS칼텍스가 미국 이글 포드(Eagle Ford)산 원유 100만 배럴을 도입한 바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김재경 박사는 양국간 통상 정책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등을 위한 수단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美 콘덴세이트 수입 비중 높여야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통상압력에 나서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 재정립 등을 요구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미국산 원유의 국내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재경 박사는 ‘미국산 원유 도입은 국내 석유산업 특히 국내 정유사의 이해득실만을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현재까지는 미국산 원유 도입에 소극적인 정유사를 대신해 정부나 공공부문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정부를 대신해 석유 비축 업무를 담당하는 석유공사가 전략 비축유로 미국산 원유를 구매하고 미국산 콘덴세이트 구매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석유공사의 비축용 원유 저장시설 용량은 1억2750만 배럴에 달하고 국제공동비축 물량을 제외한 7940만 배럴의 원유를 전략 비축중이다.

하지만 이중 약 1.3% 정도만 호주 및 노르웨이산 원유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동산 중질유로 구성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이 높아 비상시 활용돼야 하는 정부의 전략비축유 역시 중동산 원유에 편중될 수 밖에 없는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이에 대해 김재경 박사는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2015년 기준 중동산 원유 비중이 82.3%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중동산 중질유가 거의 대부분인 현 전략비축유의 유종 구성이 국내 원유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전략비축유 유종 구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산 경질 원유를 도입하는 한편 최근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업계에서 수요가 높은 콘덴세이트도 전략비축유 비중을 늘리고 이를 미국산 콘덴세이트로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동북아 오일허브 연계 방안도 제시

경제성 논란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에 미국산 원유 유치를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2010년 이후 국책사업으로 추진중인 동북아오일허브는 현재 여수에 820만 배럴 규모의 비축시설이 건설돼 운영되고 있지만 울산에 추진중인 사업은 경제성 부족 등의 논란 속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울산 북항에 990만 배럴, 남항에 1850만 배럴 규모의 대규모 비축기지 건설을 추진중인데 보팍 등 글로벌 석유 물류기업의 투자 철회, 경제성 미확보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 등에 발목이 잡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김재경 박사는 울산 오일허브를 원유 중심 저장시설로 운영하고 특히 미국 석유회사나 미국 국적 트레이더를 시설 이용사로 유치해 이들이 직접 국내 상업용 저장시설에 미국산 원유를 입고시키고 국내 정유사 등과도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정유사가 정제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스펙의 미국산 원유가 오일허브에 유치될 수 있다면 오일허브에서 원유 현물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고 저장시설의 석유 관류량(貫流量)도 증대되는 효과가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오일허브 운영사가 미국 석유회사나 트레이더와 시설 임대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일정 규모의 물량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겠다고 약정하게 된다면 미국 트레이딩 기업들을 국내 상업용 저장시설에 참여시킬 유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정유사에게 미국산 원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어 수입 물량 확대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형환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유사 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산 원유 수입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주형환 장관은 “국내 석유업계가 미국의 화석에너지 개발 확대, 규제완화 등 환경변화에 대응해 석유안보 강화, 가격안정, 아시아프리미엄 해소 등을 위해 원유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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