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br/]대표 간접세인 유류세, 역진성 높다·다양한 준조세도 ‘문제’ [br/]저유가 되자 소비 절약 구호 사라져, 정부 세수만 증가 [br/]수송에너지 가격 상대 개편, 세수중립적

▲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

[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 조세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역진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간접세 비중이 높고 투명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납세자연맹에서 유류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대표적인 간접세이기 때문인데 특히 고율의 세율이 매겨지면서 일반 서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눈에 보이는 세금 말고도 부담금, 수수료 등 다양한 형태의 준조세가 많은데 정부가 국회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예산을 확보해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김선택 회장은 평가했다.

미세먼지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수송에너지간 상대가격 조정 방안이 논의중인 것과 관련해서 김선택 회장은 세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안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해서는 실제로는 세금 성격이 강하고 부유한 사람보다 소득이 적은 계층이 더 많은 부담을 강요받는 역진적 기능이 크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선택 회장과의 일문 일답이다.

▲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유류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여전히 유류세를 포함해 조세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 우리나라 조세 체제는 투명하지 않고 간접세 비중이 높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조세 정의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과세를 통해 국가 전체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더 많이 가진 측에서 높은 세금을 거두고 적게 가진 계층에게 나눠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구조다.

그런데 간접세는 오히려 소득 불균형을 유발하는 요인이 있다.
역진적 기능이 있기 때문인데 유류세가 대표적인 간접세다.

생계활동을 위해 불가피하게 더 많이 자동차를 운행해야 하는 저소득 계층은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만큼 유류세도 더 높게 부담해야 한다.

유류세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란이 일 때 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유류세가 OECD 평균 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체 국세중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중에서 단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류세를 포함해 국세중에서 간접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이상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높다.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납세자들로부터 편하게 징수할 수 있는 간접세 비중은 낮춰져야 하고 특히 조세분담율이 높은 유류세에 대한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 조세 체제의 투명성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 납세자들은 세금 이외에도 국가 정책에 의해 강제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준조세 부담을 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사례다.

좁은 개념에서 세금은 국세나 지방세 등을 의미하겠지만 국가 기관이나 국가 권력에 의해 소비자들이 강제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각종 부담금이나 수수료도 넓은 의미에서 세금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복잡하다.

석유와 LPG를 예로 들면 원유를 수입할 때 관세가 매겨지고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지방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명목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중 교통세만 지난해 15조원 가까운 금액이 걷혀 전체 국세 징수액인 217조원 중 7%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세금 말고도 석유수입부과금, 석유판매부과금, 가스안전관리부담금, 석유품질검사수수료 처럼 납세자들에게 생소한 다양한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

부과금이나 수수료는 정부의 특별회계나 공공기관 운영비로 쓰인다는 점에서 결국 세금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세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납세자들은 자신이 석유 1리터를 구매할 때 어떤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세금을 부담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구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상당수 언론에서 ‘누진세’라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도 실제로 세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가 부담금 같은 준조세 비율이 높은 편인가?

- 독일을 예로 들면 고속도로 등을 이용할 때 운전자에게 통행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가 세금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도로 건설의 재원으로 사용되지만 별도로 통행료도 징수하고 있다.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는 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재원을 세금과 운전자 통행료로 같이 충당하고 있어 도로 통행료가 실제로는 세금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각종 부담금을 비롯해 준조세 성격의 부담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정부나 공공기관 재원을 확보하고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판단된다.

각종 부담금이나 수수료는 세금 형태를 띄지 않아 국회 통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으로 편입돼 공적 영역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납세자 입장에서는 우회적으로 징수되는 세금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최근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한창이다. 전기요금 징수나 누진제 운영 주체는 한전인데 세금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누진제는 사용량이 높을 수록 더 많은 요금을 부담하는 제도다.

정부는 전기 과소비를 억제하겠다는 명분으로 전력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높은 누진율을 적용받도록 설계, 운영된다.

전기는 필수재이고 전기 생산과 판매는 공기업인 한전이 독점하고 있다.
한전을 관리하고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곳은 정부다.

필수재인 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정부에서 정한 가정용 누진제를 강제적으로 적용받을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세금은 아니지만 높은 요금을 부담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로 국민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세금과 유사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전기 뿐만 아니라 가스 등 필수 공공재를 공적 영역에서 관리하고 부과하는 과정도 준조세 성격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전이나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들이 에너지 요금을 높게 책정하면 많은 이익을 거두게 되고 소비자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공기업들의 에너지 공급 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결정하면 소비자 지출은 줄어 들겠지만 공기업은 손실을 보게 되고 국민 세금으로 보존해야 한다.

결국 공공재이자 필수재인 전기나 가스 같은 에너지는 비록 세금 형태가 아니더라도 요금을 결정하는 방식에 따라 소비자들이 세금과 유사한 부담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이나 요금 제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득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로 결정돼야한다.

▲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면 즉 누진율을 현재보다 낮추면 전력 사용량이 높은 부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게 정부 입장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 전기는 부자들만 사용량이 많아야 하는 것인가?

자녀가 많거나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가구 구성원이 많은 일반 소시민 가정의 전력 소비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

에어컨 같은 냉방 수단은 비좁은 공간에서 여러 구성원이 같이 생활하는 소시민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냉방기 가동 시간이 늘어나면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게 되니 소득 역진 현상이 발생된다.

전기요금을 누진세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유한 사람보다 소득의 더 많은 비율을 세금으로 내도록 강제되는 역진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수송연료간 상대가격 조정 방안을 연구중이다.
역시 세금 조정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LPG 같은 수송연료의 가격 경쟁력이 결정되는데 이때 지켜져야 하는 원칙을 제안한다면.

- 세수 중립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경유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수단으로 경유 세금을 올리자고 말하고 있다.

세금을 인상하면 휘발유나 LPG 같은 경쟁 연료에 비해 경유차를 운행하는 소비자의 연료비 부담이 커져 경유차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경유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도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중 세금 비중은 50~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휘발유나 LPG 세금을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경쟁 연료 세금을 내리면 경유 상대 가격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니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 정부의 석유 소비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유류세 징수 지향적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 국제유가가 치솟고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던 2012년에 납세자연맹을 비롯해 유류세 인하를 주문하는 수많은 사회적 요구가 이어졌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석유 소비 절약을 유도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를 반대했고 높은 기름값은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는 등 석유유통시장의 경쟁을 촉진시켜 인하시키겠다는 밝혔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불대까지 떨어지고 석유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현재, 절약에 대한 구호는 사라졌다.

당시 납세자연맹은 알뜰주유소 같은 경쟁촉진정책은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으려고 국민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눈가림 정책이라고 지적했는데 국민 세금까지 지원된 알뜰주유소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당시 연맹의 지적은 옳았던 셈이다.

저유가로 석유소비가 늘어나면 유류세가 더 많이 걷혀 국가 재정이 증가하고 자동차 운행이 많아지면 소비 진작을 기대할 수 있다고 것이 정부의 현재 입장으로 보여지는데 일관성이 너무 없다.

정부는 세금과 무관하게 석유 소비와 관련한 일관적인 정책을 세워야 하고 유류세는 국세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이나 간접세의 역진성 문제 등을 감안해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출 것으로 제안한다.

에너지에 부과되는 다양한 목적세의 종류는 단순화시키고 일몰이 예정되어 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수명을 추가로 늘려서는 안된다는 점도 주문한다.

◆ ‘한국납세자연맹’은?

2000년 1월 창립된 국내 유일의 조세 관련 시민단체로 세계납세자연맹에도 가입되어 있다.

그동안 수많은 조세 제도 관련 문제 제기와 행정소송, 위헌심판청구 등을 주도해 왔는데 연식과 상관없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자동차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 근로소득세 환급 운동 ▲ 건감보험료 감액 조정 운동 ▲ 휴면예금 찾아주기 운동 ▲ 종교인 과세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도 2012년 초고유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캠페인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신용카드 공제 폐지 및 축소 반대 서명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연맹 김선택 회장은 세계납세자연맹 부회장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